이 땅의 교회들은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하여 관리하고 사용할 청지기의 책임이 있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하여 드려진 물질(헌금)로 인하여 교회공동체가 분열되고, 불신자들이 교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교회와 개인 구별할 것 없이 물질의 노예가 되어가는 안타까운 현재의 상황은 재정을 바르게 관리하고 사용할 교회가 재정관리에 있어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교회는 재정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사용할 청지기적 사명을 받았다.
청지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좋은 것이 좋다’는 관점이 아니라, 각자가 냉철한 지혜로 무의식중에 파고든 물질주의 문화의 공격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을 분별하 여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관리’라는 단어를 접하는 대부분의 교인들이 가지는 선입견은 ‘우리는 비전문가이다’, ‘재정관리를 잘 모른다’, ‘어렵다’, ‘숫자정리는 틀리기 일쑤다’ 등 한마디로 재정관리가 쉽지 않으니 가능한 쉽고 간편한 방식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를 듣는 사람도 쉬운 일이 아니니 웬만큼 틀려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교회 재정관리는 경험 없는 비전문가일지라도 믿음이 좋다면 맡기게 되고, 어떻게 관리하는 지 잘 몰라도 예년과 동일한 방법으로 비슷하게만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실수가 있더라도 본인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주위에서도 그 정도라도 수고했다고 칭찬하고 넘어간다. 마치 본인들이 맡겨진 재정의 주인이 되어 선심을 쓰는 것 같이 개의치 않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가 있다.

재정관리가 이렇게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대강대강해도 모든 것이 정리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재정을 관리하는 청지기(steward) 입장이 아니라 재정관리를 맡기는 주인(Lord)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증권회사 직원에게 5천만원을 맡기면서 알아서 투자 관리해달라고 의뢰했는데 관리부탁을 받은 직원이 투자의사 결정을 잘못하여 원금까지 손실처리 되었다면 투자자는 ‘증권회사 직원이 신입직원이라서’, ‘아직 서툴러서’ 등의 이유로 그 정도의 손실은 괜찮다고 할까?
투자자는 ‘왜 증권회사는 무능한 직원을 창구에 배치했느냐’, ‘직원 훈련을 그렇게 밖에 못 시키냐’ 등 재정관리담당자에게 항의하면서 본인의 손실을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보상하라는 생각을 가진다. 즉, 내 돈이 관리의 대상이면 우리가 증권회사 직원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관리수익을 기대하며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이 있다. 그 수준이 계속 충족되지 않으면 좀 더 좋은 운용수익을 제공하는 증권회사로 바꾸어 버린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출자한 자금으로 운영한 후 이익금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환원시켜줄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된다. 회사경영을 잘하고 있는지, 얼마나 이익이 발생하였는지, 경영자의 실적을 평가하기 위하여 회사는 재정 운영과정을 정리하여 주주들에게 보고한다. 교회 재정담당자들이 어렵다고 무서워하는 복식부기 회계처리 방법으로.

그러기 위해 기업은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여 업무를 맡긴다.
정확한 복식부기 회계처리를 모르면 담당자는 학교 또는 학원에서 배워서라도 처리한다.
또한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이고 정확히 관리할 수 있는지 ‘회계학’, ‘재무관리’, ‘투자론’, ‘재정학’ 등 셀 수 없이 많은 학자와 실무자들이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고민하고 연구한다.
기업에서 복식부기가 어려워서 하기 힘드니 쉬운 단식부기 방법으로 수지결산서만 만들자고 말하면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직업을 잃게 된다. 맡긴 돈을 잘 관리하고 보고해달라는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돈이 투자관리의 대상이거나 사람의 돈을 관리하는 기업의 경우엔 ‘어려워서 못한다’, ‘몰라서 못한다’,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쉽게 하자’라는 말을 할 수 가 없다.
돈이 되고 수익이 되고 생활이 되는 분야에는 사람들에게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 자본주의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돈을 관리하는 자본주의에서 주주의 돈을 관리하는 청지기가 되겠다고 스스로 자임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반하여 하나님나라의 재정을 관리하는 교회 구성원들의 자세는 비교되지 않는가?
교회는 (무급 봉사직이니) 비전문가들이 (시간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쉽게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재정관리에 대한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쉽게 재정관리를 맡기지 않는가?
교회의 재정관리 방법이 어렵다면 이를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데 어디서 배울 수 알아 보기기는 하는가?
교회의 효율적인 재정관리체계를 위하여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있는가? 우리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질문이 많다.

현재 하나님이 맡긴 재정을 관리하는 교회는 사람이 맡긴 재정을 관리하는 일반기업보다 관리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 위의 질문들에 대하여 교회가 자신 있는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재정의 청지기로서 시급히 회개해야 할 사안이다.
교회가 교회재정관리 분야를 계속 소홀히 한다면 이는 하나님을 주(主)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맘몬을 주(Lord)로 섬기는 것이 되어버린다.
하나님은 지금도 교회를 향하여 하나님과 맘몬중에서 누구를 주인으로 섬길 것인가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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