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납세, 관점 전환 필요하다  
교회의 사회 공헌과 성직자 납세는 무관…한걸음 더 나아가는 사랑 실천할 때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성직자 납세 문제가 최근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성직자에 대한 과세 문제를 당분간 검토하지 않겠다는 유보입장을 발표함으로 그 논란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이는 단지 수면 아래 숨겨진 것일 뿐이다.

또 납세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 서로 평행선을 형성하며,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현재까지 여러 토론 과정을 볼 때 많이 논의될 논점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고, 이제는 지루한 평행선의 논쟁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를 정리하고 해결점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성직자’라고 표현할 때에는 여러 종교의 성직자를 다 포함하지만 아래에선 편의상 기독교를 중심으로 고민해보겠다.

납세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성직자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므로 국민의 의무로서 세금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시작하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므로 소득세를 부담하여야 한다.
② 소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세금이 있다.
③ 근로기준법에서 이야기하는 근로의 개념과 소득세법에서 얘기하는 근로의 개념은 서로 다르다.

이에 반해 납세를 반대하는 주장의 근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교인들에게 이미 과세한 소득으로 형성된 사례비에 대하여 다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다.
② 성직자들의 삶 자체가 나누는 삶이므로 세금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③ 교회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사회에 공헌하고 있으므로 그 사역을 수행하는 성직자에게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
④ 외국의 사례는 국가로부터 많은 보조를 받으니 세금을 내지만 우리나라는 교회와 성직자가 국가로부터 지원 받는 것이 없다.
⑤ 성직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성직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법원판례에 근거하여 주장 성직자가 수령하는 사례비는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⑥ 성직자들의 사역을 근로라고 보게 되면, 성직이 속되게 된다.
⑦ 성직자들이 받는 사례금액이 적은데 이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은 성직자들에게 너무 과한 부담이 된다.
⑧ 성직자가 납세를 하면 교회가 정치의 간섭을 받게 된다.

양측의 차이를 비교해보며 그 해결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성직자도 국민인가?

성직자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의 한 사람이란 점에선 이견 없이 양측이 모두 동의하다.

2. 모든 국민이 납세를 하여야 하는가?

납세를 찬성하는 측은 예외 없이 모든 국민이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반면 납세를 반대하는 측은 성직자들이 하는 역할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므로 성직자들에겐 납세의 의무를 제외시켜주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의 차이를 보인다.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한국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위법사항은 아니다. 즉,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사회의 일반 규범잣대로 손가락질 받는 것이 아니라면 사랑을 외치는 기독교인들은 이 사회의 귀감으로 존경 받고 일반인들이 호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바른 현상이라 생각되고, 성직자는 더더욱 존경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일반 여론은 성직자라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즉, 성직자들이 일반인들로부터 존경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복음을 전하느라 핍박 받는다면 일반인 사회로부터 존경을 못 받을 수 있지만 한국 땅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핍박 받는 성직자는 없다. 그럼에도 성직자들이 존경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 원인을 분석하기 이전에 모두 분명히 반성해야 할 문제다.

성직자가 사랑으로 사회를 품기 이전에 최소한 성직자 납세 문제에 대하여 일반 사회의 동의가 형성되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선을 넘어 우리의 겉옷뿐만 아니라 안 주어도 되는 속옷도 내어줄 때이라야만 잃어버린 한국 기독교의 사랑과 영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이중 과세 문제

‘특정인에게 귀속되는 동일한 소득에 대하여 두 번 과세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이중과세방지의 개념이며,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것에 대하여서는 납세를 반대하는 측도 최근에 들어와 어느 정도 수긍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즉, 교인들에게 귀속된 소득에 따라 교인들이 세금을 납부한 후의 헌금으로 지급되는 성직자 사례비는 소득의 귀속 주체가 각각 교인과 성직자로 구별되고, 소득의 성격도 각각 다르므로 교인들이 납부한 세금과 성직자에게 귀속되는 소득에 대하여 성직자가 부담하는 세금은 별개의 납세인 것이다. 따라서 이중과세는 성직자 납세 문제의 논점이 되지 않는다.

4. 교회가 사회에 공헌하는 점

교회가 사회에 공헌하므로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직자가 수령하는 사례비는 과세할 것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일부 납세를 주장하는 측에서 교회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적음을 이유로 이를 반박하지만, 이 관점에서 중요한 논점은 공헌하는 것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교회가 하는 일과 교회의 구성원인 성직자·교인들이 하는 일을 동일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교회=성직자’라고 보게 되면 교회가 헌금으로 수령한 재정을 목회자와 교인을 통하여 선한 일에 사용하므로 목회자가 사용하기 위하여 수령하는 사례비를 과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직자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동일시할 수 없으며 성직자는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일 뿐이다. 교회가 교회 차원에서 직접 집행하는 재정과 구성원인 목회자 또는 성도들이 선한 일에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 차원의 선행으로 교회 재정 사용과 별개의 차원이다. 따라서 교회가 사회에 공헌을 한다는 사실은 성직자 납세와는 무관한 논점이다.    

5. 성직자의 나눔과 섬김의 삶

성직자들의 삶 자체가 이미 세금을 내는 효과 이상으로 나눔과 섬김의 삶을 실천하고 있으므로 납세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관점이다. 아직 국민들이 내는 세금 이상으로 우리가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일반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선 스스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선한 일을 한다는 인정을 우리 스스로 할 것이 아니라 제3자인 일반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때에만 그 타당성이 있다. 또한, 성직자의 섬김의 삶을 이해한다 할지라도 납세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분명한 사회의 동의(입법절차)가 있어야만 그 의미가 있다.

6. 국가로부터 무(無) 지원

현재 교회는 교인들로부터 받는 헌금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혜택, 교회가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등록세·비과세 혜택, 교회가 소유하는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비과세 혜택, 교회가 양도하는 부동산의 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으므로 교회는 국가로부터 세제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성직자에 대하여서는 별도의 특별한 혜택 없이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대우 받는다.

우리가 생각할 것은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냄으로써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금은 국가라는 공동체를 운영해나가기 위하여 국가 구성원인 국민들이 그 비용을 분담하는 성격이므로 특정인이 세금으로 분담하지 않는 비용은 다른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짐(세금)이 된다.

교회는 성경에서 명령하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려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가로 실천하는 사랑 이전에 당연히 해야 할 사랑을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즉, 국민으로 분담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인 세금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사랑을 과시하는 행위다. 세금은 ‘이웃 사랑의 최소한의 실천 행위’다.

7. 성직자의 사역은 근로가 아니다

성직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는 성직자들이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이냐 아니냐를 판정한 것이다. 그러나 세법에서 말하는 근로는 명칭여하와 상관없이 근로의 대가로 수령하기 위하여 제공하는 역무를 지칭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의 차이는 성직자의 사역을 근로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성직자의 사역이 근로인가 아닌가는 신학적으로 별개로 논의할 부분이며, 세금에 관하여서는 세법의 관점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신학적인 평가는 기독교 내부의 논점이고, 이러한 부분이 일반 국민들에게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 주장하기에는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관점은 특정인에게 고용되어 일 할 때에만 근로자이지 성직자는 하나님에게 고용되었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성직자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에게 고용되었으며 이 땅에서 사역하는 교회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조직에 속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활용하고 있다. 하나님에게 고용되었다고 이 땅에서의 질서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성직자의 사역이 성스러워지는 것인지 속된 것이 되는지는 우리가 무엇이라 칭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일이 성스러운지 아닌 것인지는 명칭이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로 판단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직업 모두 하나님이 부르신 소명이며, 성직이다. 그것을 성직이라 칭하는 것으로 성직이 된다면 형식적이고 율법적이 되는 것이다.

8. 성직자들은 낼 세금이 없는데 왜 세금 내라 하느냐

성직자라고 무조건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국민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세법)에 따라 받은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는 사람만 세금을 납부한다. 즉, 소득세 신고를 한다고 모두 소득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최저한의 과표를 초과하여 사례비를 수령하는 경우에만 세금을 내는 것이다. 4인 가족기준으로 월 146만 원 정도 수령하는 경우 납부할 소득세는 없다.

교회 목회자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목회자들이 받은 금액을 신고하지 않아서 아무도 목회자가 얼마나 수령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수령하는 금액이 적어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이를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교회가 성직자 사례비가 적다고 주장만 하였지 이를 객관적으로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하였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소득세 신고하기를 반드시 지키는 것이 좋겠다.

9. 소득세를 내면 교회가 정부의 간섭을 받는다?

교회는 세법상 비영리공익법인에 해당한다. 비영리공익법인이 정부에 보고하는 것은 수령한 헌금총액이 얼마이며, 교회의 고유 활동에 전체 얼마나 사용하였는지 매년도 별로 국가에 보고하면 된다. 이는 교회가 증여세 비과세,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부과되는 협조의무다.

교회가 재정을 공개한다고 국가로부터 간섭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선 그럴 수 있지만 교회가 예배·선교와 구제, 교육 등을 어떻게 수행하더라도 이를 핍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회는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교회가 하는 일을 세상에 공개하여 교회의 선한 일을 일반인들에게 알려 복음전파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직자 납세 문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국민으로서 부담하는 성직자 납세가 우리의 신앙정조를 유린하는 행위인가? 그렇지 않다면 겉옷을 달라고 하는 사람에게 속옷을 내어주고, 오 리를 가자고 하는 사람에게 십 리를 같이 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랑을 우리 스스로 먼저 실천하는 것이 더 성경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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