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 관리 컨설팅과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은 “우리 교회는 규모가 작아서 재정 관리를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데 재정을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는 대답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먼저 우리가 받은 달란트가 다섯 달란트이든 한 달란트이든 상관없이 충성되게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근본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또한 규모가 작다고 하여 재정 관리를 하지 않은 경우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일례로 월급이 1000만 원인 가장과 월급 200만 원을 받는 가장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사람 중 더 생활비 지출을 미리 계획하고 규모 있게 관리해야 할 사람은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적게 받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월급이 많은 경우 기본적인 생활비를 초과하는 수입으로 잉여 자금이 발생하므로 특별한 계획이나 고민 없이도 생활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여유 활동을 누릴 수 있으나(그렇다고 수입이 많은 사람은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생활비를 겨우 충족하는 수입을 가진 가장의 경우 하루하루 생활에 빠듯한 수입으로 인한 잉여 자금 부족으로 본인이나 가족을 위한 투자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인도하심을 무시한다는 생각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먼저 맡겨주신 청지기 직분으로서 관리할 책임을 경시하는 태도다. 이는 마치 수술해야 할 상황에서 우리 몸을 관리할 책임을 무시하고 기도만 하는 것과 동일하며, 이는 우리의 청지기적 권리와 책임을 멸시하는 것이다.

모든 교회가 재정 관리해야 한다

재정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교회가 재정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은 우리가 드린 헌금을 교회 구성원의 손을 통하여 사용하신다. 이제는 헌금을 드렸다는 사실만으로 우리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드려진 헌금이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하여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를 교회의 구성원인 교인들이 선한 청지기적 관점에서 재정 운용 과정에 참여하여야 한다. 구약 시대에는 하나님께 봉헌한 예물이 제사장에 의해 임의로 처분되었고, 따라서 봉헌자도 하나님께 바친 것으로 만족하고 그 처리 결과에 대하여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약 시대의 제사 제도와 제사장제가 없어진 오늘날의 교회에서는 하나님께 드린 헌금이 목회자 임의로 처분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인들은 하나님께 드려진 헌금을 관리하고 사용할 선한 청지기적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며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여야 한다.

둘째,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할 일은 많고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재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재정은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재원이므로 교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에는 많은 예산을 배정하여 집행하게 된다. 즉 재정을 사용한 결과는 교회가 어떤 활동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어떻게 사역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지침이다. 따라서 교회의 목회 방향에 따라 필요한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를 관리하여야 한다.

셋째, 지역 교회는 지역 사회를 향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교회가 계속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상태로 있으면 사회에 짐이 되고 지역을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데살로니가교회 교인들에게 ‘외인을 대하여 단정히 행하고 또한 아무도 궁핍함이 없게 하려 함’(살전 4:11~12)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넷째, 교회 스스로 교회에 맡겨진 재정을 관리하는 모델이 되어야만 교인에게도 개인 재정 생활에 대한 바른 지도를 할 수 있다. 교회가 건강한 재정 운용에 대한 원칙과 실제 적용 사례를 보일 때 이를 보고 교인들도 맘몬의 영향을 받는 자본주의에서 재물을 어떻게 대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배울 수 있다.

다섯째, 재정 운용에 대한 결산과 결과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직분을 감당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은혜에 대한 감사의 대상이란 점이다. 이는 재정 운용을 계획하고 집행하고 결산할 때 각 과정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교회가 더욱 분명히 깨닫고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관리 안 하면 이런 일이

재정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된다.

첫째, 재정 사용에 대한 원칙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수입이 부족한 경우 눈앞에 보이는 급한 일에 먼저 재정을 소비해버리고 추가로 사용할 재원이 없어서 정말 해야 하는 중요한 사역을 하지 못하는 실수가 발생한다.

둘째, 재정 수입이 넘치는 경우 여유 재원을 균형 있게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남용하기가 쉬워진다. 재정적으로 넘쳐나는 대형 교회들이 교회 건축과 내부 비용 지출에 집중하면서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도 기인한다.  

셋째, 교회 재정이 특정인의 사유물인양 사용되기가 쉽다. 재정 관리에 대하여 특정인만 참여하게 되면 특정인의 자의적인 판단을 교회의 방향으로 간주하면서 특정인의 생각에 따라 재정이 사용된다.

넷째, 재정 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 부지불식간에 영리 기업의 경영 논리 또는 자본주의 논리에 종속된다. 많은 교회들이 교회를 신축하거나 구입하면서 차입금을 활용한다. 이는 기업이 투입 자본 대비 수익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활용하는 방안을 교회가 모방한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대출금을 차입한 후 이를 상환하지 못하여 교회 재산도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차입을 보증한 교인들에게도 경제적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시험에 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지지 말라”(NIV: Let no debt remain outstanding)(롬 13:8)는 말씀을 교회가 고민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하는 경제 논리에 물들었기 때문이다.

다섯째, 재정 관리를 하지 않음으로 불미스러운 경리 사고가 발생하거나 교회의 재산 관리를 둘러싸고 교회가 분열되는 양상이 발생한다. 이는 재정 관리의 원칙을 설정하지 않고 관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주신 재물이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분열하는 데 사용되는 결과가 된다.

교회가 세상을 바른 길로 인도하여야 하는데 세간에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말들이 나오는 이유는 교회의 분쟁들이 주로 재정에 관한 원인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Money, Mammon)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는 말씀은 재물이 섬김의 대상으로서 하나님의 위치를 대신할 수 있다는 예수님의 경고의 메시지이며, 이 경고의 말씀은 기독교인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교회 차원에도 적용된다. 투명한 교회 재정 관리는 교회가 믿음의 공동체로서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도구가 되게 하고 교회가 교회답게 살아나는 출발점이 된다.

투명한 재정 관리를 통하여 교회가 교회로서 살아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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