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결산서를 접할 때마다 보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는 요인중의 하나는 교회마다 사용하는 결산서의 종류는 단순한 반면에 계정과목 체계는 너무나 다양하고 사용하는 계정과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회계의 전문가라고 하는 공인회계사도 이해하기 힘든 재정관련 보고서를 과연 일반 성도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정보고서는 1년(회계기간)동안 있었던 일들을 숫자의 형태로 요약하여 표시한 것이므로, 요약의 결과물인 재정보고서를 보면 반대로 일년 동안 있었던 일의 내용들을 역으로 추론할 수 있어야만 한다. 마치 외국어로 작성된 문서를 번역한 한글 문서를 읽고 외국어로 작성된 문서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렇게 외국어로 표시된 문서를 한글로 번역하여 모두가 동일하게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외국어를 의미하는 한글단어가 일정하게 연결되어야 하고, 외국어와 한국어간의 문장구조 차이를 연결하는 일정한 원칙(문법과 해석의 원칙)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영어로 ‘Good morning!’이라고 하면 우리는 한글로 그것을 ‘안녕하세요’로 이해하고 영어나 한글이나 동일한 의미로 다가온다.

만약 사용하는 단어마다 내포하는 의미가 서로 다르다면? 번역하는 원칙이 없다면?
외국어로 표현한 내용을 각자가 서로 다르게 이해하며, 서로간 의사소통은 단절되어 버린다.

현재의 한국교회가 표현하는 재정보고서는 마치 각국 방언으로 각자가 표현하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재정보고서를 보고 재정사용 내역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남들이 알 수 있도록 요약, 정리하는 것이 재정보고서 작성이유인데 파악할 수 없는 재정보고서는 재정보고서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회계라는 언어의 사용원칙을 무시하고 개별교회가 각자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재정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고, 때로는 보고서 작성목적을 무시하고 결산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모두가 공동으로 인식하는 재정원칙(또는 재정조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넓은 의미의 재정조례에는 재정관리의 원칙, 운용절차, 보고서 및 표준계정과목을 모두 포함하나 좁은 의미로는 보고서 및 표준계정과목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회계의 계정과목체계는 정부회계 계정과목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정부회계의 계정과목의 체계는 부서별>기능별>속성별의 단계로 세분화 되어 있으며 나열식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세입, 세출 예산서는 책 한 권이 되며,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훓어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 된다.
정부의 계정과목체계를 교회 계정과목에 대입하여 설명하면 ‘부서별’계정과목체계는 ‘재정부’, ‘교육부’, ‘선교부’ 등 교회의 조직부서별로 먼저 구분하고, 이를 다시 ‘목양’, ‘선교’, ‘구제’, ‘장학’ 등 ‘기능별’체계로 구분한 후 마지막으로 ‘인건비’, ‘통신비’, 인쇄비’ 등과 같은 속성별 체계로 구분하는 것이다.

부서별>기능별>속성별 계정과목체계는 언어에서 문법구조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계정과목체계를 잘 사용하려면 상하위 체계의 혼동이 없어야 하며, 최하위인 속성별 계정과목까지 모두 표시하여야만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부서별 분류체계인 ‘선교부’와 기능별 분류체계인 ‘예배비’, 그리고 속성별분류체계인 ‘사례비’를 같은 차원의 분류값으로 구분하는 상태에서는 교회의 재정 운영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또한 ‘행사비’ 또는 ‘수련회 행사비’ 같은 기능별 분류체계를 계정과목으로 사용하는 경우 행사비의 세부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요약정보가 없다. 상위개념체계를 무시하더라도 최소한 하위 분류체계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하는 계정과목의 개념에 상식과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특정인 또는 특정인 자녀의 등록금을 보조하는 금액을 장학금이라고 표시하면 이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있고 이에 일치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학비를 장학금이라고 표현하며, 부교역자 또는 교육전도사에 한정하여 지급하는 등록금은 교회에서의 사역을 전제로 하므로 사례비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례비를 장학금으로 표시하면 재정보고서를 보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많은 장학사업을 하고 있는 양 사실과 다른 정보로 오해하도록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교회학교 담당 교역전도사에게 지급하는 사례비를 어떤 교회는 ‘사례비’로 표현하고, 어떤 교회는 ‘교회학교 교육비’로 표현하고 어떤 교회는 ‘장학금’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주일 식당운영비를 회계처리함에 있어 예배후의 식사를 떡을 떼는 교제로 보는 교회는 ‘예배비’로 표현하고, 식사를 통하여 불신자를 전도한다고 생각하는 교회는 ‘전도비’로 표현하고, 교인들의 복리를 지원한다는 측면으로 생각하는 교회는 ‘후생비’로 각각 다른 계정으로 표시하는 경우 결산서를 보는 사람마다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재정보고서는 작성자 이외의 제3자에게 재정운용 결과를 요약하여 알리는데 그 작성 목적이 있다. 즉, ‘회계’라는 또 다른 형태의 언어로 표시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사용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작성자나 보는 사람이 오해없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지켜야 할 언어사용원칙을 서로가 약속하고 인정한다는 관점에서 재정조례를 정하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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