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불황 한파 교회 덮치나

경제 위기 우려 속 헌금 감소… 교역자 줄이고 해외 선교사 지원 중단, 예배당 건축비 감당 못해 경매 속출

입력 2016-01-15 20:49
  • 트위터로 퍼가기
  •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 구글+로 퍼가기
  • 인쇄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뉴스&이슈] 불황 한파 교회 덮치나 기사의 사진
국민일보DB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의 하락과 디플레이션 우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북한 핵실험 등의 악재들이 터지면서 ‘2016년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 절반 이상은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일찌감치 나섰다. 경제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미국과 유럽을 강타했다면 지금은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들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리띠 졸라매는 교회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재정 위기를 겪었다. 당시 교회들의 헌금은 10∼20% 감소했다. 교회가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였다. 요즘 목회자들 사이에선 다시 ‘힘들다’는 얘기가 슬슬 흘러나온다. 교회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대부분 교회의 헌금이 전년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고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회들의 경우 2년 전까지 10%의 헌금이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20%까지 줄어들었다는 말도 들린다. 예장 합동 측 관계자는 “대부분 교회가 전년도 예산 규모로 현상 유지를 하는 것 같다”며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5∼10%씩 예산이 증가했으나 2년 전부터는 아예 동결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교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양상이다. 서울의 A교회는 지난해부터 경상비 절감 차원에서 부교역자나 직원 채용을 줄이고 있다. 8명이 그만두면 4명을 뽑는 식이다. 빈자리는 교인들의 자원봉사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한 대형교회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해외 선교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후원 교회들이 지원을 끊겠다고 통보하고 있다. 김모(55) 선교사는 최근 후원교회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당회는 10년 이상 된 선교사들의 후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교회 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였다. 후원으로만 생활하던 김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장사를 시작해야 하나”고 하소연했다.  

선교계에 따르면 최근 후원교회들의 지원 중단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중단을 하지 않는 교회도 후원 형식을 변경해 2년씩 약정하고 교회 사정에 따라 추가 연장하는 ‘계약제’로 바뀌고 있다. 이런 추세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선교계의 전언이다. 일부 선교사들은 “교회 재정이 어려우면 유지·관리비를 줄여야지, 왜 선교비부터 끊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무리한 교회 건축이 재앙되나 

미래학자인 최현식 박사는 지난해 펴낸 ‘한국교회 미래지도2’(생명의말씀사)에서 교회 재정 위기의 ‘아킬레스건’은 무리한 교회 건축으로 인한 재정 압박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자만 겨우 내고 원금은 갚지 못할 수준까지 빚을 낸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교회 건축 후폭풍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목사와 장로들이 교회 건축을 결정하고 빚은 교인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의 한 교회는 지난해 예배당을 완공했지만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다. 그러자 제1금융권 대출이 중단됐고 다급히 2금융권까지 손을 뻗었으나 다시 이자가 연체되면서 매각 절차를 거쳐야 했다. 교회는 현재 토지 일부를 팔았고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무리한 교회 건축 피해의 대표적 사례는 2014년 하나님의교회에 팔린 경기도 판교 충성교회다. 이 교회는 당시 종교시설 중 역대 최고가인 526억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신도시에 건물을 지어 성장하는 교회로 발돋움하려 했지만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무리한 담보대출로 부채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15일 부동산 경매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경매로 나온 종교시설은 모두 241건이었다. 이 중 74건이 낙찰됐다. 그런데 낙찰가 상위 20건 중 17건이 교회였다. 낙찰가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는 감정가 384억원에 나왔던 경기도 A교회로 230억원에 매각됐다. 이 교회 역시 무리한 교회 건축으로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다. 법원 경매로 나온 종교시설은 해마다 증가해 2011년 249건, 2012년 279건, 2013년 331건으로 나타났다. 경매 건수는 2014년 307건, 2015년 241건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교회들이 채무 부담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포항 기독교는 2000년부터 최근까지 성장, 부흥 가도를 달리면서 교회당 신축 붐이 일었다. ‘오늘은 이 교회, 내일은 저 교회’가 신축했다는 말이 자자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3대 교회가 모두 포항에 있다는 자부심이 넘쳤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정반대라는 것이 현지 교인들의 얘기다. ‘강철 도시’ 포항이 최근 철강업 쇠퇴로 찬바람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포항권 외부감사대상법인 제조기업 90군데 중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은 6곳, 영업이익이 적자상태인 기업도 19곳이다. 또 부채비율 500% 이상 기업도 19곳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교회 건축 시장도 얼어붙었다. 부흥하는 교회는 여전히 신축을 진행 중이지만 상당수 교회들은 리모델링으로 대체하고 있다. 서인종합건축사사무소 최유철 본부장은 “신축은 아예 포기한 것 같다. 요즘엔 교회 건축 입찰공고마저 뜸하다”며 “분기별로 서너 건씩 나왔던 입찰공고가 지난해는 딱 1건뿐이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지금이라도 교회는 무한 경쟁을 멈추어야 한다.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빚을 짊어진 교회는 빨리 빚을 줄이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무서운 칼은 돈이며 경제”라면서 “하나님이 한국교회를 징계하기 위해 칼과 막대기를 드신다면 가장 무서운 것은 경제 위기”라고 진단했다.

첫사랑 회복을 위해 

성장 위주의 교회 패러다임은 이제 과거의 산물이 됐다. 50년, 30년 전 목회방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별세한 수정교회 설립자 고(故) 로버트 슐러 목사는 ‘자동차 극장’ 교회로 1950년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리고 ‘수정처럼’ 빛나는 거대 유리 교회당으로 사람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사람들은 본질에 목말라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 위기의 중심은 돈의 부족이 아니라 본질의 결핍에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발표한 ‘2012 한국인 종교생활과 의식조사’는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개신교인의 60.7%가 건강 재물 성공 친교 평안을 위해 교회에 다닌다고 했다. 구원과 영생은 31.6%에 그쳤다. 

2015년 국민일보와 기독교언론포럼, 한목협이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기의 실제 원인은 리더에게 있었다. 기독교인 3명 중 1명이 ‘(목회자의) 독단·권위적 교회 운영’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이미 부도 상태인 교회들이 상당히 많다. 3년 동안 이자만 갚고 원금 상환도 못하고 있다면 속히 처분하고 몸집을 줄여야 한다”며 “지금은 환경 탓을 할 게 아니라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AD 52년쯤 세워진 에베소교회는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 사랑을 저버렸다(계 2:4). 라오디게아 교회는 부자로 불렸지만 AD 60∼61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한 경고의 말씀은 이랬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계 3:17)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394287&code=23111111&sid1=mi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