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납세는 시대 흐름이자 사회적 요구  
'목회자=성직자'가 납세 반대 근거 되면 안 돼


지난 8월 8일, 기획재정부는 2013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 부분은 2015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함으로써 목회자에게 과세한다는 대목이다. 비과세의 혜택을 받고 있는 종교의 영역도 조세 형평성의 관점에서 볼 때 더 이상은 특별한 영역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그러면 이제 종교인 납세, 특히 목회자 납세에 대한 문제는 이제 종결될 수 있을 것인가?

목회자의 납세에 대한 논쟁은 199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차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2년 3월에 기획재정부 장관의 특별한 언급이 있은 이후부터 목회자 납세는 교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지난해와 최근까지 이루어진 목회자 납세와 연관된 세미나와 공청회가 적지 않았던 것은 이를 잘 반영한다. NCCK 목회자납세연구위원회는 "한국교회와 목회자 납세"를 주제로 공청회(2012. 7. 5)를 개최하였고 경제정의실천연합이 개최했던 토론회(2013. 3. 21)의 주제는 "종교인 및 종교법인 과세의 쟁점과 개선 방안"이었다. 그리고 목회자세금납부대책연구위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가 개최한 "2013년 목회자 세금 납부 대책 연구" 공청회(2013. 6. 20)도 있었다.

목회자 납세와 연관된 논쟁은 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목회자 납세 반대론(반대론)', '목회자 납세 찬성론(찬성론)', '목회자 납세 신중론(신중론)'이 바로 그것들이다. 반대론은 목회자의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니라 사례비로 생각한다. 목회자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은 목회자가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게 성직을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목회자가 납세할 경우 이것은 하나님이 부여하신 성직의 의미와 소명에 근거한 목회직의 특수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찬성론은 목회자의 소득을 사례비가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본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강조한 만인제사장설에 의하면 목회직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다른 직업들도 모두 성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목회자와 일반 직장인 사이에는 직무의 구별이 있을 뿐 모든 직업은 하나님의 소명에 근거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신중론의 입장을 살펴보자. 이 입장은 모든 직업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근거하고 있고 성직이라고 하는 종교개혁자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이것은 목회직이 광의의 차원에서는 일반적인 근로의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목회직은 특별히 영혼 구원의 사역에 집중한다는 차원에서 일반의 다른 직업들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별이 목회자의 납세를 면제시켜서는 안 되며 목회자의 납세가 하나님이 부여하신 성직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2015년부터 시행될 종교인 세법개정안은 완벽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목회자의 납세 실시에 대해 기독교 내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비판의 출발점은 목회자 소득의 성격을 근로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데서 나타나고 있다. 목회자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경우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조세 형평성은 실현되기가 거의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필요경비 80%를 인정하는 기타소득자는 동일한 금액을 수령하는 근로소득자와 비교할 때 근로소득세의 1/10에 불과한 세금을 기타소득세로 부담하며, 이러한 결과는 과세 형평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부가 의도하는 세입 기반 확충에도 미흡하다. 뿐만 아니라 종교인에게는 명목상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함으로 국민적 납세의무를 다하였다는 면죄부를 부여하고, 다른 직종의 근로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부여함으로 국민 공동체 화합 차원의 걸림돌이 된다('종교인 기타소득 과세 예정 2013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 중에서)."

결론적으로 목회자 납세는 이제 시대의 흐름이자 사회적 요구의 문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목회자들은 교회의 성도들에게 모든 직업 - 목회직을 포함한 - 이 갖는 성직의 의미에 대해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직업은 생계유지만을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어 가는 거룩한 수단이다. 목회자가 성직자라는 것이 목회자의 납세의무를 반대하는 이론적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의와 기쁨과 평화를 위해 오직 헌신하는 목회자들이 있을 때, 거기에서 비로소 목회직은 성직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2015년까지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 동안 개정안의 보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공공선의 실현에 실제적으로 기여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노력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고재길 /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원문보기)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487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