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목회자 처우, 공과 사의 구분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2015 교회 재정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불화가 있는 교회를 보면 '돈' 문제가 꼭 걸려 있습니다. 대형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마음대로 사례비와 목회 활동비를 책정해 성도들과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사례비와 목회 활동비에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인 최호윤 회계사가 세미나에서 목회자 사례비와 목회 활동비 기준에 실제적인 접근에 관해 발제한 내용을 보내 왔습니다. - 편집자주

공(公)과 사(私) 

공은 공평할 公으로 여러 사람과 관계하는 국가나 사회와 관련함을 의미하며, 사는 사사로울 私로 개인과 관련함을 의미한다. '공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공동체와 관련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기에 개인적 차원의 영역과 엄격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차원의 역할 수행도 실제적으론 개인이 공동체의 입장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수행하는 역할이 사적 차원에서의 역할인지, 공적인 차원에서의 역할인지 외견상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개인 사업자의 경우 가사 비용과 사업 비용이 혼재될 수 있다. 

사업용 지출이 개인적 영역과는 구분되는 사업체이고, 세금 부담이라는 공공적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사업용 비용과 사적인 가사 비용을 엄격히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사적 영역인 개인적인 경제활동 분야에서는 공공성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은 첫째, 공동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고 둘째, 공동체를 섬기는 역할을 수행하는 청지기 직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교단 또는 노회 차원에서 부교역자를 포함한 목회자들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현실은 목회자들의 생활을 전적으로 지역 교회가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에 교회는 목회자들이 생활을 걱정하지 않도록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목회자가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고 목회 활동에만 전념한다면 교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충분한 목회자 처우 제공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목회자가 생활고에 신경 쓰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배려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공동체 차원에서 지켜야 할 공사 구분을 소홀히 할 때 말이다.

   
▲ 최호윤 회계사는 지난 11월 6일 열린 2015년 교회 재정 세미나에서 목회자 사례비와 목회 활동비 실제적인 접근에 대해서 발제했다. (교회개정건강성운동 블로그 갈무리)

비용 부담 주체

비용은 비용 지출로 효과를 얻는 주체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동체인 교회를 위하여 지출된 비용은 교회가 부담하고, 개인을 위하여 지출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목회자를 포함한 교회 관련된 사람이 교회의 일을 수행하면서 개인이 지출한 비용(활동비)은 교회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이 교회를 위하여 먼저 지출한 비용을 정산하여 본인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교회 비용 정산과 사례비 지급

교회가 지출하는 비용을 귀속 주체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교회 사역 관련 직접 수행 비용으로 지급하는 사업비
2) 교회 사역 관련 내부 인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성 사례비
3) 내부 인원이 사역 활동 중 교회를 위하여 대신 지급한 금액을 정산하는 활동비

사업비의 경우 재화나 서비스 제공자에게 직접 지급하거나 선교‧구제비와 같이 수혜자에게 지급하는 교회의 고유한 활동 영역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회 내부 인원이 수령한다는 점에서 사례비와 활동비 적용에 있어 혼돈이 발생하기 쉽다. 논리적으론 교회 역할 수행 비용과 개인에게 귀속되는 사례비는 구분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교회 차원에서 부담할 비용을 정산 지급하는 금액과 개인 생활비 차원에서 목회자 개인에게 지급하는 금전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발생한다.

사례비와 활동비는 모두 교회의 비용으로 외형상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자는 목회자 처우 차원에서 개인에게 귀속되는 비용이다. 그 사용처에 대해 교회가 개별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후자는 교회의 일반 기능 수행 비용이므로 반드시 교회 사역 활동과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활동비와 사례비

활동비는 교회 역할 수행과 관련성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즉, 공동체적 지출이면 교회 사역 수행과의 관련성으로 활동비로 본다. 그러나 특정인에게 귀속되며, 사용 용도를 교회가 묻지 않는다면 이는 사례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활동비와 사례비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급하는 명목이나 명칭이 아니라 지급하는 항목의 속성이 무엇인가로 판단해야 한다.

활동비와 사례비의 구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열거할 수 있겠다.

정액(定額) 지급과 실비 정산(實費精算)

-정액 지급
실제 지출한 영수증에 근거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영수증 없이 지출하거나 실제 발생액과 무관한 일정액을 지급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교회가 그 사용 내역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포괄적 용도로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액을 지급하는 경우는 ①목회자가 영수증을 챙기는 수고와 시간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영수증을 받지 않거나 ②피치 못할 사정으로 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비 정산
사역 수행 과정에서 실제 발생한 경비를 정산하여 교회가 개인에게 지급하는 경우는 교회를 위해 개인이 지출한 비용에 대해 그 내역을 확인하고 사용 용도가 교회 사역과 관련된 경우 원천적인 비용 부담 주체인 교회가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당연히 활동비에 해당한다.

영수증을 챙기는 수고와 시간

교회 재정 관리는 목회자 또는 재정 관리 부서 담당자의 결정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관리 책임에 근거한다. 이는 공동의회에 보고하는 차원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하나님이 교회에 맡겨 주신 재물을 관리하는 청지기 차원에서의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지출한 내역을 파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포괄적 용도로만 사용되었음을 근거로 사람이 지출 내역의 정당성과 적정성을 임의로 부여할 수 없다. 이는 하나님이 교회에 맡겨 주신 관리‧책임의 유기다.

가끔은 목회자들이 정액으로 수령한 금액에 개인적인 사비(私費)를 보태 더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교회가 책정한 예산을 초과하여 집행한 금액은 교회의 지출이 아니라 개인의 자발적인 지출에 해당한다. 이를 교회의 지출이라고 할 수 없다. 사비를 포함한 초과 지출에 의미가 있으려면 초과 지출한 금액이 교회의 수입으로 잡혀야 한다. 또 전체적 관점에서 해당 지출이 공동의회가 승인한 예산 범위 내에서의 정당성을 확보할 때만 의미가 있다. 

받은 정액 비용과 지출한 금액을 건별로 또는 영수증으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는 목회자가 교회에서 얼마를 수령했고 얼마를 지출했는지 모른다. 또 수령한 금액 중 얼마가 남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본인이 초과 지출한 경우와 반대로 받은 금액보다 적게 지출한 경우 본인이 적게 지출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급받은 정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출했다면 이는 교회의 공금, 다시 말해 하나님나라의 재물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 또 다른 관점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일반 기업에서 영수증은 종이 쪽지가 아니라 현금과 동일시된다. 업무상 전도금을 미리 받아 비용을 집행한 담당자가 만약 영수증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족한 영수증 해당액은 담당자가 변상해야 한다. 소득세를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영수증이 없으면 해당 금액만큼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또 해당액을 대표자가 상여(賞與)로 가져갔다고 보아 소득세를 추가로 내게 한다. 예전에 영수증 없이 지출이 용인되는 기밀비 항목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라졌다. 그래서 기업은 실비 정산을 경비 관리의 기본 원칙으로 한다. 실비 정산이 어려운 차량 운행비의 경우, 주행 거리 단위당 여비를 정한 규정에 근거해 교통비를 지급한다. 지방 출장 등 여비 규정에서는 항목별 한도 범위 내에서 실비 정산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수증을 받지 못할 상황

목회 활동 과정에서 구제비를 지급하거나 경조사비 지급 경우 등 비용 지출과정에서 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구매처가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지만 여전히 교회 경비 지출시 일반 기업 지출과는 달리 영수증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영수증을 받지 못하거나 내부 영수증으로 대체하는 경우, 최소한 다음 요건을 충족해야 증빙에 의미가 있다.

● 자금을 지급하는 성격에 대한 설명
● 증빙을 구비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한 기술
● 자금을 수령하여 전달한 사람의 수령 확인
● 지출 행위와 직접 관련 없는 자로서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상급자의 확인

정액 지급의 대표적인 사례는 목회 활동비, 목회 도서비, 심방비 등을 들 수 있다.

상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영수증 없이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은 공동체가 청지기로서의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적 규정 적용과 특정인 귀속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에 근거한 비용 지출은 교회의 활동비가 되지만 특정인에게만 귀속되는 경우라면 이는 특정인에 대한 사례비로 보아야 한다.

목회자와 사무원뿐만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장학금 지급 기준으로 주는 장학금은 사례비가 아니라 사업비에 해당한다. 그러나 담임목사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적인 장학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장학금이 아니라 사례비에 해당한다. 또한, 목회자(또는 사무원) 자녀만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은 교회 사역을 전제로 지급하는 사례비에 해당한다. 설사 항목을 장학금으로 분류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론 사례비에 해당한다. 

사역과의 관련성

실비 정산이라고 해서 모두 활동비인 것은 아니다. 사례비가 아니라 활동비 요건을 충족하는 교회 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하려면 해당 지출은 반드시 교회 사역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목회자가 사역 과정에서 사용하는 핸드폰 비용을 교회가 지불하는 것은 활동비이다. 그러나 목회자가 가정에서 사적으로 사용하는 전화비를 교회가 부담한다면 이는 사례비에 해당한다.
 
목회자가 주일 강단 설교에 필요한 가운을 세탁하는 비용은 일반 기업에서 착용하는 제복 관리 비용과 같은 성격으로 활동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의류 세탁 비용이 예배 시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는 의류를 세탁하는 비용이라면 사례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제복은 해당 업무 종사 시간에만 착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기적인 치과 진료비, 운동기구 구입비, 목회자 개인 종친회비 등은 목회 활동과 관련성이 없는 비용으로 사례비에 해당한다.

교회의 특수성과 일반 사회

교회는 일반 사회와 다르다는 특수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청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가 사회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더 엄격한 기준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한다.

주식회사를 포함한 일반 사회는 주주가 임원의 경제적 책임을 면제할 수 있고, 총회가 비영리단체 임원의 경제적 책임을 제할 수 있다. 교회는 공동의회 결정만으로 교회의 경제적 관리‧책임을 면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사회보다 더 엄격한 특수성이 적용된다. 완화된 특수성을 적용하려는 것은 청지기로서 가져야 할 관점이 아니다. 

일반 기독교인들의 경제생활은 누가 책임져 주시는가? 당연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생활한다.
그럼, 목회자의 경제생활은 누가 책임져 주시는가? 당연히 하나님이 책임져 주신다고 하면서 교회가 하나님의 역할을 대신하려하는 경향이 있다.

목회자의 경제생활을 교회가 책임지고 감당하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교회가 청지기적 본분을 초월해 무조건적인 배려를 하는 것은 재물 사용에 있어 교회가 하나님 위치를 대신하며 스스로 우상이 되어 간다.

목회자 처우를 교회가 감당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례비가 아닌 목록을 애매모호한 명칭을 사용해 지급하는 것은 교회 관행은 일반 사회뿐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에게도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목회자 처우를 교회가 감당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다. 일반적 상식을 초월한 지출이 문제다. 목회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발생한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하나님이 교회에 맡겨 주신 관리‧책임을 특정인들이 임의적으로 면탈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또 재물로 사람을 다스리는 맘몬의 위치로 변질되는 심각한 현상을 분별하며 직시해야만 한다.

최호윤 / 회계사,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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